김해뉴스, 오늘의 수필은 하늘 집

수필가, 최주철씨가 보는 삶의 하나

입력시간 : 2020-03-18 19:49:35 , 최종수정 : 2020-03-18 19:56:54, 최주철 기자



하늘 집


                                                                                   최주철


헝클어진 새집 머리 모양으로 등짐을 지고 길을 나서는 병아리가 노란 버스에 선생님 손잡고 탄다. 눈 내린 아침 아파트 나뭇가지에 새집이 앉아 있다. 어미 새가 입에는 무엇인가 물고 있다. 아마도 이 근처에 새집이 있는가 보다. 아이들이 무사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어미 새의 정이 느껴진다.


직장을 그만두고 두어 달 집에서 쉬면서 남들처럼 등산을 다닌 적이 있다. 남한산성 해거름 하산 길은 늘 아쉬웠다. 검단산 쪽으로 물결치던 산줄기는 치마폭을 추스르듯 어둑해져 가는 길이었다. 호젓한 산모퉁이에 서서 고골촌을 보았다.


옛날 초가집 지붕 굴뚝에서 연기가 났었던 자리다. 도란도란 말소리에 딸그락 숟갈 소리에 노을빛도 걸음을 멈추었을 것이다. 위례 신도시 건너편 아파트 높다란 나무에 새집이 있었다. 키가 큰 나뭇가지에 더덩실 지어 있는 새집을 무심히 보았다. 그사이로 수없는 아파트가 보였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라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너무 높은 가격 때문에 서민들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서럽게 한풀이하는 서민들 뻐꾸기 울음이 가슴을 때렸다. 그 소리가 일렁거렸다. 그들은 많은 집중에 내 집이 없어 허탈해 한다. 이미 사람 판단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은 집이다. 어느 아파트에 어떻게 둥지를 틀고 있는 냐를 가지고 그 사람을 판단한다. 서민들은 그런 질문에 위축되기 일쑤다.


그들은 저 새들의 집이 마음의 뜨락에 휘영청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바람결에 익어가는 하늘의 별을 매일 볼 것이다. 기운차게 뻗친 나뭇가지 사이로 푸석푸석 얼기설기 엉성한 둥지를 다듬을 것이다.


바람이 솔솔 지나가고 별들이 지척에서 소곤거리는 그들의 집이다. 그곳은 일 년 내내 보송보송하다. 보일러 고장이나 누수도 없다. 외롭지만 날마다 불어오는 바람이 있다. 도배 장판도 자연산이다. 별빛과 창공도 있다. 그곳 달빛 둥지에서 아이는 어미의 품속에 묻는다. 어미의 체온으로 찬바람에 맞선다.


그들의 둥지는 살아 있는 나뭇가지 사이에다 죽은 가지를 십자가로 만든 모양이다. 삶과 죽음이 맞닿은 곳이다. 높지 않더라도 아무런 간섭 없는 자리를 원한다. 그들에게는 사람들처럼 집값이 얼마 올라서 얼마 벌었느니, 임대 사업이 최고라느니, 건물주가 최고라느니 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릴 것이다. 이미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그들은 정치에 관심이 적다. 세상에 변괴가 생길지라도 바람을 피하지 않는다. 이른바 삶이 나뭇가지에 잠시 붙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볕이 과랑 과랑 허다. 그들의 삶이 아련한 곳에 떠 있다. 바짝 다가서서 보았다. 빈 둥지 사이로 하늘만 보인다. 점점 둥지는 비어 간다. 그들의 텅 빈자리에는 하늘이 있다. 그 집의 주인은 늘 하늘이고 우리는 늘 세입자이다. 아이가 돌아오는 버스정류장에서는 엄마들이 모여서 부동산 이야기가 한창이다. 벌써부터 아이집까지 걱정하는 엄마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나는 아파트 나뭇가지에 앉은 조막 같은 하늘 집에 감사한다.//끝.



Copyrights ⓒ 아트글로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주철기자 뉴스보기
기사공유처 : 보훈보상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