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과 나날 (마르셀 프루스트 저, 최미경 옮김, 미행)

입력시간 : 2019-11-08 15:20:21 , 최종수정 : 2019-11-08 15:22:02, 이시우 기자



프루스트 첫 작품집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대작으로 대표되는 작가이다. 그래서인지 친구들과 동인지를 만들어 작품을 발표하던 시절의 프루스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작가로서 명성을 떨치기 훨씬 전에 첫 작품집인 『쾌락과 나날(Les Plaisirs et les Jours)』(1896)을 이십대에 출간한다.

『쾌락과 나날』은 프루스트가 세상에 내놓은 몇 권의 번역서와 미완의 장편소설 『장 상퇴유(Jean Santeuil)』 등 그의 저작들 맨 앞에 위치한 작품집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프루스트 사후에 완간된 점, 『장 상퇴유』가 미완으로 남은 것과 달리 창작집으로는 유일하게 프루스트가 직접 책을 구성하고 출간시켰다는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거대한 미로를 여는 열쇠이자, ‘프루스트’라는 여전히 유효한, 무한대로 증식하고 변이하는 유동물을 탐색하는 지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패기 넘치는 젊은 작가의 탄생을 축하하는 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 1844-1924)의 서문, 당시 프루스트와 교유했던 화가 마들렌 르메르의 그림과 작곡가 레날도 안의 악보들은 초판본의 모습을 재현함으로써 프루스트의 이 첫 작품집에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젊은 프루스트의 단편소설들

 

아나톨 프랑스의 서문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작품집’이라는 명명답게 다양한 형식이 엿보인다. 특히 현재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프루스트의 단편소설 7편은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이다. 이와 더불어 화가와 음악가의 초상을 그린 ‘시’부터 시나리오, 메모, 사회상과 인간군상을 짧게 스케치한 ‘단상들’까지, 젊은 프루스트는 첫 작품집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한다. 명료한 하나의 장르로 포괄될 수 없는 이 글들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압도되어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했고, 잘 알지 못했던 프루스트를 만나는 새로운 경험이 된다.

젊은 프루스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주제들도 작품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이 책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벗, 윌리 히스에게 바치고 있는 프루스트의 헌사에서 볼 수 있듯 젊은 그를 사로잡았던 주제 중 가장 강렬한 테마는 죽음이다. 한 청년의 죽음이 그에게 깊이 각인되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작품집은 첫 번째 단편소설과 마지막 단편소설 모두 죽음으로 끝난다. 프루스트는 드리워진 죽음에 몸서리치다가도 어서 죽음이 오기만을 소망하는 양가감정의 극과 극을 달리며 스산한 내면을 시시각각 포착해낸다. 한편 그는 사교계와 프랑스 귀족사회의 이면을 다각도로 파헤치며 허영으로 가득한 인간 군상을 야유하고, 풍자하는 데 몰두한다. 질투와 사랑, 죽음, 사교계, 속물 등의 주제들은 프루스트만의 민감하고도 복잡한 리듬과 문체로 변주되며 훗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다시 목격된다.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편 「스완네 집 쪽으로」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갔을 때 퇴짜를 맞고 결국 자비로 출판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만큼 프루스트에게는 험난한 글쓰기 여정과 더불어 순탄치 않은 출간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데에는 『쾌락과 나날』의 영향이 컸다. 『쾌락과 나날』은 평단의 혹평을 받았고 문체 또한 난해하고 기이한 인상으로 남았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문학사적 사건으로 남을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세상에 처음 내놓기까지 어려움을 주었던 『쾌락과 나날』은 결국 그만의 대작을 쓸 자양을 제공해준 셈이었다. 그렇게 그는 익숙한 호흡을 거부하는 글쓰기, 정확한 실체, 대상을 말하지 않는 장황한 내면의 글쓰기로 자신만의 첫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차례

 

서문 아나톨 프랑스

나의 친애하는 벗, 윌리 히스에게

 

실바니 자작,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비올랑트 또는 사교취미

이탈리아 희극의 몇 장면

부바르와 페퀴셰의 사교취미와 음악애호

드 브레이브 부인의 서글픈 전원생활

화가와 음악가의 초상

한 젊은 아가씨의 고백

시내에서의 저녁 식사

회한, 시간 색의 몽상들

질투의 종말

 

옮긴이의 말

편집 후기

 


저, 역자 약력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는 파리 근교에서 출생, 학업보다는 글쓰기에 관심을 보이며 아나톨 프랑스 등 문인, 화가, 음악가 들과 교류했다. 1896년 첫 작품집 『쾌락과 나날』을 출간했고, 이후 존 러스킨의 작품을 번역한 『아미앵의 성서』(1904), 『참깨와 백합』(1906)을 출간했다. 1909년, 그는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집필에 들어간다. 이 작품은 시간에 대한 성찰과 인생,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화자가 작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문학이 결국은 삶을 가능하게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 1편 「스완네 집 쪽으로」는 출판사를 구하지 못해 자비로 출판하게 되는데, 『쾌락과 나날』이 난해하고 문체와 수사가 복잡하다는 인상을 준 요인이 컸다. 그러나 프루스트는 2편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로 공쿠르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1922년 그는 평생의 지병이었던 천식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파리에서 사망했다. 파리의 8구에 위치한 오스만가 102번지는 프루스트가 살았던 아파트로 현재는 기념관으로 보존되어 있다.

 

옮긴이 최미경은 서울대학교 불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현대문학박사, 파리3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통역번역학박사를 받았다. 국제회의 통역사로 정상회담, 학술회의 등 다양한 통역을 수행하고 있으며, 황석영, 이승우 작가의 작품을 프랑스에 번역 소개하여 대산문학번역상,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전공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추백이와 따굴이가 함께 사는 세상』이 있고, 사회정의, 동물과 환경보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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